영호와 리차드 ] 보통의 존재들에게 고함, 연극 ‘영호와 리차드’ ( 2013.3.13 문화공감)
[공연톡]보통의 존재들에게 고함, 연극 ‘영호와 리차드’
현실이라는 궁지에 몰린 패자들의 처절한 생존기
[문화공감=박소연 기자] 여기 이름을 갖지 못한 이들이 있다. 이름이 있지만 불리어질 만큼의 존재감도, 대상도 없는 이들은 부표처럼 허공을 떠돈다. 분명 그들에게도 아내와 남편이, 어머니라는 가족의 뿌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소통하기엔 역부족이다. 쌓여질 대로 놓게 쌓여버린 각자의 벽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까닭이다. 각자의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이들은 마침내 위태로운 삶의 저 끝에서 생을 저버리기로 결심한다. 그들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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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태로운 삶의 저 끝에서 생을 저버리기로 결심한 영호와 순분, 리차드, 정란. 이들은 아기의 탄생으로 새로운 가족을 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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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버릴 수가 없었어요. 어쩐지 전쟁터에 전우를 내버리고 혼자 도망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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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도비만남 리차드로 분한 조영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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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해놓은 돼지를 꾸역꾸역 넘겨 삼키는 그의 등은 점차 현실이라는 궁지에 몰린다. 울트라 캡송 헤라클래스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던 연희처럼, 치매 걸린 노모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하는 무면허 대리운전기사 영호처럼, 아이를 낳기 위해 몸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다다르는 정란처럼 이들은 한껏 궁지에 몰린 쥐가 되어 그들의 삶을 스스로 폐사시킬 위험에 처한다. 이름 없는 쥐의 모양을 한 이들은 기실 결코 고양이가 될 수 없는, 태초의 패자들이다.
구구절절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한번쯤은 그들을 꼬옥 안아주고 싶다는 동지애가 싹튼다. 그것은 애초 고양이로 태어나지 못한, 보통의 존재들에 대한 연민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자그만 위안이다. 작가의 시선은 이들을 아우르며 고양이를 물진 못할 지라도 이름을 가진 쥐로서 다시 한 번 살아가보길 소망한다.
어쩌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진짜 이야기는 한 마디로 ‘님과 함께’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삶을 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쥐(님)’들과 힘을 합쳐 함께 생을 해쳐나가는 것이야 말로 더없이 숭고한 일임을 말하는 듯하다. 아이의 탄생과 엇갈리는 노모의 마지막 발걸음으로 끝난 결말이 못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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