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코르디움

<봄이 사라진 계절>, 친일파 논리에 대한 화두

 

 



- 바로잡지 않은 비싼 역사의 맛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지난 21일 막이 오른 극단 작은신화의 <봄이 사라진 계절>(연출 신동인)은 이완용 암살시도 사건을 배경으로 1909년 조선과 오늘의 우리 모습을 거울 보듯 마주하는 작품.

<봄이 사라진 계절>은 역사적 실존 인물 이완용 개인의 집이라는 일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치밀하게 녹여냈다. 마치 돋보기로 빛을 끌어다 이완용의 집을 조명하듯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친일파에게도 위협을 느끼는 이완용의 모습에서부터 이완용을 파렴치한으로만 몰고 가는 언론, 그럴듯한 쇼일 뿐인 ‘재판’ 등을 날카롭게 비추고 있다.

조선 내각 총리대신으로 경술국치의 강제조약을 통과시킨 매국노 이완용, 그리고 그를 처단하려다 실패한 이재명이 100년을 건너 뛰어 연극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극 중 이재명이란 인물이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고자 미래에서 파견 된 것. 즉, 라이벌 송병준을 이용해 실제로 벌어질 사건의 정보를 제공하며 막아보고자 한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역사적 기록과 같이 예정된 일은 변함 없이 일어나고 이재명은 ‘그 변함 없는 역사’ 속에서 곧 이완용을 암살하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실존 인물을 중심으로 픽션이 더해진 연극이다.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 경술국치 등 실제 역사적 사건을 작품 배경에 두고 이완용, 이인직, 송병준, 엄귀비 등 실존 인물이 뒤섞인다. 이재명은 이완용의 가정교사로 등장해 결국 이완용의 세계에 발을 담그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기서 친일파들의 논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완용 외에도 <혈의 누>를 시작으로 근대문학에 기여한 신소설의 선구자 이인직, 친일단체 일진회 활동을 하며 노다헤이지로로 개명한 송병준도 주목 할 만하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이토 히로부미 추도식에서 추도문을 낭독하고 일왕 즉위식에서 헌송문을 바치는 등 이완용을 도우며 활동했던 친일파 중 한 명인 이인직과 이재명의 대립이 극의 주제를 보다 확고히 한다.



극 중 이인직은 “뭐든 불편한 과건 식민사관이요. 불편한 놈은 빨갱이로구먼. 매국노라 욕하지 말게나. 무리 중 영리한 놈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법. 결국엔 영리한 놈만 살아남는 게 종의 진화란 것 아닌가”라며 친일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백년이 지나도 ‘그 변함 없는 역사’에 대해 여러 화두를 던지는 연극이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퍼져있던 달맞이꽃(월경초)의 겨울나기를 빗대어 표현한 ‘죽어도 죽지 않는 잘못된 역사’에 대한 은유법 역시 작품 이해에 다각도의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적어도 백년이 지난 후엔 좋은 시대가 올 것이란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허탈감을 안겨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작품은 역사적 매국노 이완용이라는 개인에 대한 이해가 아닌, 그들의 모습에 눈 감고 있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자각에 대해 다시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현재 이 순간에도 도저히 바뀌지 않는 역사, 권력집단의 욕망, 의식을 침투해가는 문화의 힘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가 신은수는 “결국 한 나라의 역사란, 민족마다 다른 영장류 인간의 습성이 기록 된 기록서일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들이 더 이상, 과거를 학습하지 못하는 민족이 되지 말았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의 작품은 시대의 경계를 넘어, 다음 시대에는 공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집필동기를 전했다.

‘2012 창작팩토리 연극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 연극 <봄이 사라진 계절>은 다음달 3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선보인다. 배우 장용철(이인직), 오현우(이재명)의 열연이 돋보인다. 이외 배우 장성익, 송현서, 임형택, 김준태, 박소정, 주재희 출연.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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