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코르디움

억측·소문·험담 떠도는 세상, 진실은 어디에…

 

[리뷰] 극단 백수광부 '숲 속의 잠자는 옥희'
묵직한 주제와 치밀한 구성 관객 압박
마녀사냥 부추기는 한국사회 비판도

 

 

배우 이지하(오른쪽)는 극중에서 배우 옥희와 작가 옥희 1인 2역을 한다.

 

진실은 안개에 갇혔거나 너무 늦게 도착한다. 그 사이 우리는 미로를 헤맨다. 미로는 가시덤불 숲과 같다. 온갖 소문과 험담, 비열한 호기심이 마구 엉켜 무성한 숲에서 가시에 찔리는 희생자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 마녀의 저주로 물레에 찔려 잠 든 동화 속 공주는 왕자의 입맞춤에 깨어나지만, 이 연극의 옥희는 깨어나지 못한다.

극단 백수광부가 22일 공연을 시작한 '숲 속의 잠자는 옥희'는 마녀사냥의 광풍이 두 옥희를 파멸시키는 이야기다. 작가 옥희와 배우 옥희의 이중구조 연극이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우연의 일치로 서로 엮이면서 무너지고 만다.

배우 옥희가 정상에 올랐을 때 친구이자 라이벌인 애경이 자살한다. 애경의 배역을 빼앗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에 시달리던 옥희는 영원한 잠에 빠진다. 스캔들과 표절 시비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작가 옥희는 신작 소설로 재기에 성공하지만, 배우 옥희와 애경의 이야기를 꼭 닮은 작품 속 설정이 숱한 억측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시 추락한다.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도 남들이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믿게 된다"며 끔찍한 혼란을 토로하던 작가 옥희는 마지막 장면에서 묻는다. "우리 모두는 어디에서 길을 잃은 걸까요?" 미로에 갇힌 것은 희생자뿐이 아니다. 안개 자욱한 가시덤불에 갇힌 채 진실을 찾아 헤매는 것은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악플 달지 말자' 같은 계몽극이 결코 아니다.

묵직한 주제와 치밀한 구성으로 관객을 압박하는 수작이다. '미친 극' '언니들' 등 일련의 화제작을 공동 작업했던 극작가 최치언과 연출가 이성열이 다시 만났다. 배우 이지하가 배우 옥희와 작가 옥희 1인 2역을 한다. 무대를 둥글게 둘러싼 나무들은 미로 혹은 소문의 숲이 되어 두 옥희를 가둔다. 원작 동화의 주요 대목을 대형 스크린에 애니메이션으로 중간중간 상영하고, 동화에서처럼 물레가 핵심 소도구로 쓰인다. 이성적 관찰자인 견자(見者)와 정신과 의사가 등장해 극중 상황을 진단하고 흐름을 이끄는 것도 흥미로운 장치다. 12월 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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