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코르디움

<공연리뷰> 연극 '나무는 신발가게를…'


(사진=강일중)

윤영선 5주기 기념 페스티벌 참가작

우화 등을 통한 메시지 전달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

작품 제목이 흥미롭다. 2007년에 53세로 세상을 떠난 이 작품의 원작자 윤영선에 대한 묘사도 동일선상에 있다. 그는 "나무가 되고 싶었던 극작가"였다. 그에게 나무나 신발가게는 어떤 의미였고, 왜 나무가 되고 싶어 했을까?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나무는 신발가게를…'은 우화를 비롯한 콜라주 형식의 몇 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 중 비교적 이해가 쉬운 우화를 통해 관객은 '나무'와 '신발가게'의 의미와 어렴풋하게나마 만난다.

(사진=강일중)

첫 번 우화에 등장하는 동물은 원숭이와 돼지. 자연 속에서 자연이 주는 양식을 먹고 사는 원숭이에게 어느 봄날 돼지가 찾아와 꽃신을 선사한다.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좀 힘이 들었지만 원숭이는 꽃신이 아주 편하다고 생각한다. 거친 길을 갈 때는 더욱 그랬다. 돼지는 가을에도 찾아와 꽃신을 선사했고 원숭이는 점차 꽃신이 없으면 살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자 돼지는 조금씩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 수준을 높여간다. 원숭이가 그 수준을 감당하지 정도에 이르자 이번에는 원숭이를 노예처럼 부린다.

두 번째 우화에는 원숭이와 인간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원숭이가 돼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원숭이는 인간들에게 아무 대가 없이 원전을 지어주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던 인간들은 생활이 편해질 수 있다는 말에 "그렇게 하라"고 한다. 인간은 점차 원전에 길들여지고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원숭이는 인간을 향해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이 작품은 '신발'은 문명을, 맞지 않는 신발 속의 부르튼 발은 문명의 부산물인 온갖 오염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몸을 상징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나무'는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땅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손을 하늘로 뻗치면서 새의 둥지를 만들어주기도 하는 원시의 생명력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의 원작은 1999년 윤영선 극작가가 쓴 같은 제목의 초고다. 7쪽 정도의 짧은 길이로, 준비 중인 희곡의 줄거리나 작가 노트 또는 머리에 떠오르는 시상(詩想)을 정리해 둔 것 같은 글이다. 이 초고에서 발전된 대본으로 2000년에 이성열 연출에 의해 초연이 이뤄졌다. 윤한솔 연출의 작품은 이성열 연출이 무대화한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윤 연출이 초고를 보고 원작자가 그 당시 인간의 삶 또 이 세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을까를 상상해 새로이 만들어낸 것이다. 초고의 내용이 상당 부분 작품 속에 대사로 언급되지만 문명의 발전 속에서 스러져가는 인간의 몸을 표현하는 여러 장면이 추가됐다. 특히 환경의 오염 이미지가 강하게 표현됐다.

작품은 기승전결의 구조를 하지 않지만 대본과 장면의 이미지와 메시지 전달력이 돋보인다. 진지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나오면서 난해한 부분도 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오이디푸스의 발, 새뮤얼 베케트가 쓴 '고도를 기다리며' 중의 신발같이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대사들도 종종 나온다. 대신 이미지가 강렬하다. 또 극 전체로는 코믹한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 원숭이와 돼지 또는 원숭이와 인간들이 등장하는 우화는 익살스러움 속에 현대인이 겪는 고통의 단면을 명료하게 드러내 보인다. 태아와 엄마가 노사협상 처럼 마주 앉아 서로 주장을 팽팽하게 펴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무대 바닥에는 천 쓰레기 더미가 깔렸고 그 속에 신발이나 빵이 묻혔다. 문명의 부산물인 폐기물과 오염의 느낌을 준다.

마지막에 한 배우가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의 대사가 포함된 윤영선 작가의 초고 내용 일부를 객석을 향해 낭독한 후 무대를 빠져나간다. 그 이후 암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몇 분 동안의 정적이 흐른다. 윤영선 작가에 대한 추모의 장면이라고나 할까? 이어 암전과 함께 배리 맥과이어의 '파괴의 전야(Eve of Destruction)'를 한대수가 번역해 부른 노래가 절규처럼 흘러나오면서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작품의 메시지를 강하게 꽂는다.

(사진=강일중)

욕망의 정글 속에서 살아가기보다 나무가 되어 한 곳에 뿌리를 박고 새의 둥지가 되어 주고 싶어했던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윤영선의 5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윤영선 페스티벌'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에 앞서 페스티벌 작품으로 같은 정보소극장 무대에서 '맨하탄 1번지'(연출 이곤)와 '임차인'(연출 류주연)이 공연됐었다.

◇ 연극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 = 극단 그린피그(대표 윤한솔) 제작.

만든 사람들은 ▲원작 윤영선 ▲연출 윤한솔 ▲글쓰기 전현성 ▲드라마터그 김민승 ▲무대 손호성 ▲조명감독 김창기 ▲조명 최보윤 ▲의상 이유선 ▲음악 민경현 ▲조연출 박현지.

출연진은 곽동현·박기원·박하늘·이동영·이정호·이필주·임정희·정대용·정양아·황미영.

공연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오는 30일까지.

ringcycle@naver.com

(사진=강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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