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코르디움

<공연리뷰> 연극 '죽음의 춤 2'



 

지옥같은 결혼생활 끝의 깨달음 소재

진지한 주제 희극적 요소 넣어 펼쳐내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지옥같은 결혼생활. 부부는 끝없이 서로 할퀸다. 부인은 남편이 어서 죽어버렸으면 한다. 실제 협심증이 있는 남편은 흥분 상태에 빠져 쓰러진다. 그 상황에서 대놓고 쾌재를 부르는 부인. 그러나 남편은 잠깐 실신했을 뿐 부스스 일어난다. 또다시 절망하는 부인. 증오스러운 결혼생활은 이어진다.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 '죽음의 춤 2' 내용이다. 작가는 '현대연극의 아버지'란 불리는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이. 일생 세 번 결혼했으며 평소 "결혼은 감옥과 같다"라고 헌 그의 결혼관이 반영된 연극이다.

전체로 보아 희극 느낌이 짙다. 예를 들어 갑자기 남편이 정신을 잃자 그가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환호하는 부인의 모습은 희극적일 수밖에 없다. 극에서 묘사되는 두 쌍의 삼각관계 역시 재미를 돋우는 부분이다.

극 공간은 '작은 지옥'으로 불리는 조그만 섬. 이곳에 사는 군인인 에드가르 대령과 알리스는 부부. 그 사이에 검역소에서 일하는 쿠르트가 끼어든다. 쿠르트는 알리스의 사촌오빠. 둘은 과거 사랑했다. 쿠르트는 그러나 에드가르의 도움을 받아 생활이 안정됐다. 에드가르는 쿠르트의 삶이 안정된 것을 빌미로 쿠르트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한다, 에드가르 하는 일이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알리스는 쿠르트 앞에서 남편을 끝없이 비난하며 사촌오빠와의 삶을 꿈꾼다.


다른 하나의 삼각관계는 이들의 자식들이 축을 형성한다. 에드가르와 알리스의 딸 유디트는 활달하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관심도 애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태도로 쿠르트의 아들 알란과 또 다른 인물인 해군중위를 놀리고 괴롭히는 걸 즐긴다. 유디트의 이런 태도에 알란은 고통받는다. 더구나 에드가르는 자기 또래 나이의 사단장과 유디트를 정략적으로 결혼시키기 위해 그 일에 방해가 되는 인물인 알란을 섬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게 한다.

극은 이들 두 삼각관계에 있는 인물들이 서로에 대해 지닌 애증과 고통과 복수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흥미로운 점은 등장인물들이 어렴풋하게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끝난다는 것이다. 결국 협심증으로 숨진 에드가르가 죽으면서 남긴 말은 "그들을 용서하라,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이다. 해군중위로부터 에드가르가 한 마지막 말을 전해들은 알리스는 "난 그이를 사랑했었던 것 같아요"라며 아파한다. 유디트는 알란이 섬에서 떠나게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자신이 알란을 사랑했음을 느낀다.

이런 결말은 스트린드베리이의 다른 작품들과 통하는 점이 있다. 그는 '꿈' 같은 작품들을 통해 지옥같은 삶의 장면들을 펼쳐내면서도 끝에는 결국 삶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고 어리석은 인간들은 결국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서야만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죽음의 춤 2'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그의 결혼관과 삶의 태도가 반영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편인 에드가르가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고, 그 말을 들은 알리스가 사랑을 깨닫도록 함으로써 실제 삶에 있어서 스트린드베리이(남자, 남편) 자신의 관대함과 정당성을 극중 인물의 대사로서 드러낸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의 '죽음의 춤 2'는 원래 대본에 없는 인물인 영화편집감독과 그의 대사가 추가된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미 죽어 구천(九泉)을 떠도는 영혼들이다. 객석 우측 뒤에 자리한 영화편집감독이 알리스 영혼의 요청으로 그녀의 삶을 영화로 편집하는 것이 연극의 장면들이다.

이런 콘셉트에 따라 극 중간에 배우들이 영화필름을 뒤로 돌리듯 역방향의 연기를 하기도 한다. 또 당장 대사가 없는 배우들의 경우 무대 구석구석에서 아무런 움직임 없이 조각 같은 모습을 한다. 또 영화편집감독의 대사를 통해 '티베트 대사의 서'를 인용하면서 작품 속에 불교적 색채가 들어있음을 드러낸다. 알리스 영혼이 두려움과 집착을 떨치고 구천을 떠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무대는 무대 바닥에서 약간 떠 있다. 극중 공간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또는 갇혀 있는 지옥 같은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구조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골고루 좋은 연기를 펼친다.

이 작품은 1-2개월 전 공연이 이뤄졌던 '죽음의 춤 1'(김재엽 연출, 게릴라극장), '스트린드베리이와 춤을'(장용휘 연출, 국립극단 소극장 판) 등 두 작품과 내용의 큰 뼈대는 같다. 그러나 앞의 두 작품에는 에드가르, 알리스, 쿠르트 3명만 출연하는 데 비해 '죽음의 춤 2'에는 그들과 함께 알란, 유디트, 해군중위가 등장해 제2의 삼각관계를 만들어내고 부모의 인자가 아랫세대로 물려지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가 확대 재생산된다.

◇ 연극 '죽음의 춤 2' = 극단 풍경(대표 박정희) 제작. 스트린드베리이 서거 100주년 기념 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풍경 10주년 기념 세 번째 공연.

만든 사람들은 ▲번역 이정애 ▲연출 박정희 ▲무대 이윤수 ▲조명 성미림 ▲음악 김동욱 ▲의상 조상경 ▲드라마투르그 김미애 ▲분장 백지영 ▲소품 장경숙 ▲편집과정 자문 김민지·임호경 ▲조연출 양종민.

출연진은 정재진(영화편집감독 역)·김정호(에드가르 역)·김성미(알리스 역)·황정화(유디트 역)·강동수(쿠르트 역)·최재형(알란 역)·김준원(해군중위 역).

공연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오는 30일까지. 공연문의는 코르코르디움 ☎02-889-3561,3562.

ringcyc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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